전세 초가삼간

까미 안녕....

그 외 2019.05.30 12:30

2001년부터 저와 함께 해 온 고양이들 뭉키, 까미 중 까미가 어제 오후에 고양이 별로 돌아갔네요 ㅠ.ㅠ 
작년에 단편 원고 끝낸 후 곧 병원 검진 데려갔다가 사태의 심각성을 깨닫고 까미 수액 시작한 지가 딱 1년 정도 되는데요.
(기본 신부전이 있는 데다가 신장 종양 때문에 호르몬 문제가 생겨서 적혈구 과다로 피하수액이 시급했음)
그 후 매일 보통 두 번씩 열씨미 수액 놔 주며 여러가지 크고 작은 사태들도 겪고 수의사 선생님과도 수시로 상담하고 하면서 나름 부지런히 케어를 하긴 했는데
작년 말에 고혈압 관련해서 크게 터진 후(실명과 발작 자그마치 16회… 시간 좀 걸렸어도 기적적으로 회복) 혈압 올릴까 봐 수액 양도 줄여야 했고 그 때문인지 얼마 지나지 않아 신장 쪽 수치가 꾸준히 올라가기 시작해서
지난 달 무렵부터는 움직임이 확 줄어들고 드디어 어느 시점에서는 식욕도 떨어지더니만 순서대로 조금씩 꾸준히 안 좋아지다가 결국 어제 떠났어요.

한 20일 정도는 강제 급식을 시켜서 연명시켰지만 며칠 전부터는 얼굴, 목 제외한 몸이 다 마비되고 식사도 아주 완강하게 거부해서(그 와중에 엄청나게 힘센 빗장쇠 같은 이빨) 의사 상담 후 며칠은 수액만 조금씩 주고 쓰다듬어 주고 말걸고 하면서 지켜봤네요.
생각보다 마지막 며칠이 좀 길어질 듯해서 이 상황에서는 괴로움을 짧게 해 주는 것이 반려인이 해야 할 어렵지만 필요한 선택이 아닐지 진지하게 고민되는 시점이었는데
(전부터 집 바깥 아닌 소파 위 자기 자리에서 마지막을 보내게 해 주려는 생각이었기에 엔간하면 안 그러는 쪽으로 갔겠지만… 그래도 고민 안 할 수 없더군요)
딱 알았는지 그 즈음에 홀가분하게 가 버렸다능요…ㅠ.ㅠ

당일에 업체 연락해서 무사히 화장도 해 줬고 고맙게도 멀리서 친구들도 (심지어 가게 문 닫고!) 와 주기도 해서 나름 잘 보내 주었고
이미 1년 전부터 조금씩 마음의 준비는 하고 있었고 작년 말 대발작; 때 진짜 보내는  줄 알았던 걸 기적적 회복한 데다가 요 한두 달 진짜 천천히 순서 밟아서 꾸준히 컨디션이 저하됐기에 마음 다질 시간은 아주 충분했음에도 불구하고
당연히 막상 애 떠나고 경황 없는 와중에 그래도 잘 보내주려고 장례 치르고 하면서 모든 게 다 미안하고 눈물도 끝없이 나고 하더군요.

하지만… 그때의 감정이 일단 진정되고 난 후에는 

어쨌건 까미도 저도 최선을 다했고 더 고생 안 하고 너무 더워지기 전에 간 시점도 괜찮았고 
17년 반 + 20일(이 20일은 강제급식 기간과 왠지 일치 ㅎ) 살고 간 게 그렇게 나쁜 실적도 아니고 하니 
슬프고 그립긴 해도 아마 상처로 남지는 않을 듯 싶어요.

무엇보다… 까미가 뭉키만큼 엄마 껌딱지 어리광쟁이는 아니라서 어느 정도의 거리가 있었음에도 불구하고
기본적으로 가장 약하고 힘든 아플 때 엄마가 수액부터 시작해서 수많은 보조제 등등 이것저것 다 케어를 하도록 허용해 줬던 게 참 고맙고 위안이 많이 돼요.
아플 때 흔히 고양이들 그러듯 어디 들어가 숨지도 않았고 늘 소파 위 내 발치 자기 자리에 고정이었고…
까미가 1년 동안 참으로 성가신 일 많이 당했고 특히 피하수액은 처음이다 보니 진짜 모든 시행착오를 몸으로 겪어야 했는데 ㅠ.ㅠ
그래도 엄마 보고 도망 가는 일이 없었다지요… 그 까탈쟁이가 놀랍게도…

다행히 혼자 남은 뭉키는 일단 현재로서는 수치 관리가 잘 되고 있는 편이고
까미와 사이 나쁘진 않았지만 워낙 엄마만 좋아해서 제가 집에 있으면 그래도 건강에 영향 끼칠 정도의 스트레스는 안 받을 듯 보이네요. 
오늘 유난히 딱 달라붙어서 어리광 중이긴 하지만 평소에도 워낙 심해서리…
(까미가 없어진 게 이상하긴 하겠지요…ㅠ.ㅠ 특히 외출 때가 걱정)

뭉키에게 남은 소중한 시간 동안 부디 엄마가 아프지 않고 입원할 일 같은 거 없이 끝까지 변함없이 잘 돌봐 줄 수 있기만을 간절히 바라고 있습니당… 1인 가구는 유사시 반려동물 케어가 늘 걱정스러워요.

동물 가족과 함께 하시는 분들 모두 많이 사랑들 해 주시길요. 나중 되면 진짜 너무너무 귀한 그 시간들이네요.
이쁜 우리 애덜 모두 오래 건강하길… & 우리도 되도록 건강 지켜서 끝까지 잘 지켜주도록 해 봅시다요.

사랑하는 까미… 엄마한테 와 주고 오래 함께 해 줘서 진짜 고마웠어!
이제는 미묘 지오 엄마하고 동생(형? 누나?) 에펠이 등등 즐거운 가족 상봉하고 있기를…
(왠지 곧 돌아와서 소파 자기 자리에 죽치고 있을 것 같기도 하지만… 우야튼 이제 아픔은 끝!)





'그 외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까미 안녕....  (9) 2019.05.30
아니 또 언제 한 달이;  (10) 2015.06.27
사라진 2014년  (36) 2015.04.04
우중충하지만!  (4) 2010.07.12
Posted by Sijin